챙이 없고 둥글납작한 모자, 베레(beret)가 뜨고 있다. 3∼4년 전까지는 야구 모자가 대세였고, 지난해부터는 머리에 착 달라붙게 뒤집어쓰는 비니(beanie)가 인기였다.

하지만 야구모자나 비니는 지극히 남성적인 아이템. 올가을·겨울에 매니시(mannish) 룩이 인기라지만 가끔은 여성스러움을 한껏 드러내고 싶다. 간단한 코디로 가을 멋쟁이가 될 수 있는 베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베레, 이래서 좋다

베레는 유행을 잘 타지 않는다. 일반 모자는 키에 따라 챙 크기를 골라야 하고 모양이 한가지로 정해져 있지만, 베레는 색상과 스타일이 다양하다. 그래서 다른 모자들과 달리 대체로 모든 여성이 쉽게 소화할 수 있다. 실내에서 쓰기에 다소 민망한 챙 있는 모자와 달리 사무실이나 레스토랑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다.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승연 과장은 “어느 정도 코디 센스만 있다면 간단하게 멋쟁이로 변신시켜주는 아이템이 베레"라고 강조했다. 비비안 홍보실의 이정인씨도 “머리를 손질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급하게 외출할 때 베레 하나면 제대로 꾸민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며 “정장을 입을 때에도 나만의 스타일을 쉽게 연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선택 폭도 넓어졌다. 올해 헬렌 카민스키를 비롯한 캐나다 릴리앤코, 이탈리아 볼사리노 등 여러 브랜드에서 클래식한 베레에서 변형된 형태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 베레는 색상 선택이 관건

톡톡 튀는 스타일을 뽐내고 싶어 베레를 장만하려는 젊은 여성들은 스타일보다 색상 선택에 시간을 할애한다. 다양한 색상의 베레가 여성들을 유혹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은 블랙과 그레이. 

모든 색상과 잘 어울리고 따뜻한 느낌의 베이지 색상도 많이 찾는다. 같은 파란색 계열이더라도 가을·겨울에는 옅은 파란색보다 짙은 파란색을 많이 찾는다. 붉은 계열 색상들은 포인트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다.

포인트를 주려면 자신의 헤어 색상에 맞는 베레를 골라야 한다. 염색을 거의 하지 않는 진한 검은색 헤어라면 붉은색이나 청록색 등 강렬한 색상이 좋다. 갈색 등 염색을 즐기는 여성들은 파스텔 색상을 택한다. 

밝은 베이지나 그다지 진하지 않은 핑크도 적당하다. 갖고 있는 가을·겨울 옷 색상을 미리 확인해 대비되는 색상을 택하는 것도 필수.

일반적으로 베레는 옆으로 비스듬히 비껴 쓰거나 뒤로 제쳐서 쓴다. 계란형 얼굴이라면 어떤 스타일이든 어울리지만, 각진 얼굴이라면 뒤로 제쳐서 쓰기보다 옆으로 기울여 쓰는 게 좋다.

‘화가 모자’로 불리는 납작한 베레는 얼굴형이 갸름하고 작은 여성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입체 제단으로 모양이 잡힌 베레를 택하는 게 좋다. 

강민정 과장은 “베레 마니아들은 조금 큰 것을 골라 코르사주나 브로치를 달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한다"며 “단정한 스타일을 즐기거나 베레를 처음 쓰는 여성은 입체적으로 모양이 잡혀 머리에 꼭 맞는 베레가 좋다"고 추천했다.

베레는 긴 생머리보다 짧은 머리 여성에 더 잘 어울린다. 앞머리가 조금 내려오거나 짧고 약간 웨이브가 있는 단발을 고집하는 여성들이 베레를 많이 찾는 이유다.

이 밖에 단정한 정장을 즐겨 입는 이들은 검은색 베레가 좋고, 캐주얼이나 레이어드 룩을 좋아하는 젊은 층은 강렬한 포인트 색상을 택한다.

# 소재로 골라볼까

베레 가격은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니트 베레는 3만∼4만원, 울 베레는 8만∼12만원, 펠트 베레는 20만원 이상이다. 니트는 봄·여름에 인기이고, 가을·겨울에는 울과 펠트 등 따뜻한 느낌의 소재가 대세다.

울 베레는 가을·겨울에 인기인 니트나 모직 코트 등과 잘 어울린다. 가죽으로 된 베레는 진이나 데님, 부분적으로 퍼(fur)가 달린 코트나 재킷에 어울리지만 쉽게 소화하기 힘들다.

베레의 소재 중 가장 고급스러운 것이 펠트다. 대개 중절모에 많이 쓰인다. 원단을 분쇄, 압축해서 만든 펠트는 원단에 따라 퍼(fur) 펠트, 울 펠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펠트는 고급스럽긴 하지만 전문 세탁소에 맡기더라도 세탁 후 모양이 변하거나 크기가 줄어든다. 

한 번 구입하면 세탁하지 않고 버릴 때까지 써야 한다. 이마가 닿는 부분에 살색 테이프를 붙이고 다니는 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몇몇 브랜드는 아예 땀 밴드를 제품에 붙여서 팔기도 한다. 울 베레 역시 세탁 후 크기가 줄 수 있으니 말릴 때 원래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베레 안에 천을 동그랗게 말아 넣어줘야 한다. 

[자료출처 : 세계일보]